니콘 루페 사용기
슬라이드 필름 현상을 맡기고 나서 이제 감상단계에 들어가니까 필요한게 한두 개가 아니다. 모든 필름을 인화한다는 것은 돈 속에서 헤엄칠 정도이거나 심장이 두 개인 사람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고, 조금이라도 돈을 절약하려면 필름을 보고 인화할 것을 걸러내야 하는데 이 역시 루페라든가 라이트박스 등 구비해야 할 것 때문에 돈 빠져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차이점이라면 후자는 초기에만 돈을 쓴다는 것 정도?
그 중 쓸만한 루페에 대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슈나이더 4x이나 로덴스톡 4x이 나오는데 그 가격은 무려 12~14만원 대에 육박한다. 반면에 제일 값싼 니콘 루페 10x는 단돈 9,000원. 이 루페에 대해서는 그 가격으로 보나 사람들 의견으로 보나 '싼게 비지떡'이라는 옛말이 딱 맞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디에도 '과연 니콘 루페는 얼마나 안좋은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찾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읽기만 하다가는 얼마큼 좋은지 나쁜지, 내 기준에도 과연 나쁜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다른 루페를 사는 한이 있어도 '얼마큼 나쁜지 보기나 하자'란 생각에 샀다. 혹시 써봤더니 나름 대로 쓸만하더라, 하는 결론이 나오면 땡잡은 거 아닌가.
분해해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두 개의 볼록 렌즈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루페의 구조에 대해서 알지 못하므로 단정하여 말할 수 없지만 생각 외로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보인다.
실험 방법은 전문적인 방법은 모르고 단순하게 하기로 해서, A4 용지에 워드로 10pt 대문자 알파벳을 연속으로 찍어서 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했다. 인터넷에서 언급하는 니콘 루페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이다. 1) 왜곡이 심하다. 2) 색수차가 많이 발생한다.
왜곡에 대해서는, 직접 눈으로 본 결과 주변부로 갈 수록 아래 사진에서처럼 심하게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붉은 색 라인은 루페의 경계면을 따라 그린 선이고 주황색은 좀더 중심부에 가까운 곳의 왜곡을 그린 선인데, 정중앙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바로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의 색수차 사진은 디카로 잘못 찍었는지 중심부에서 벗어나 있는데, 따로 자로 재본 결과 루페로 볼 수 있는 3.6 x 2.2cm 크기의 구역 중에서 가운데 가로세로 1 x 1cm 정도 내의 내용만 색수차 없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의 부분은 루페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색수차 없이 볼 수 있는 영역에 담아서 봐야 하는 것이다.
윗 사진에서 회색 박스는 색수차가 없거나 약간 있는 정도인 곳을 나타낸다. 주변부 및 중심에서 가까운 영역에서의 색수차 정도를 보기 위해 각각 파란색 박스 영역의 이미지를 따로 떼어서 아래에 올렸으며, 1:1 크롭핑한 것 외에 다른 이미지 처리는 하지 않았다. 위에서부터 각각 1. 중앙부 2. 중심 근처 이미지이다.
이틀 정도 써본 결과 니콘 루페는 좁은 영역 내에서의 촛점 확인 정도로는 유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쉽게 피곤해져서 없던 색수차마저 생길 정도이다(…). 색수차 및 왜곡만 고려하면, 슬라이드 필름을 현상하는 포토피아 1층의 코닥 루페가 훨씬 우수하다.
하지만 10배 넘는 가격의 루페를 낼름 사기는 어려운 일이다. 직업 상 하루종일 필름을 루페로 들여다봐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