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min read

필름 카피어

필름 카피어
Photo by Jakob Owens / Unsplash

slrclub에 올라온 사용기를 읽고, 난생 처음으로 ebay에서 물건을 하나 구입했다. 바로 Opteka 사의 필름 카피어(film copier)라고 하는 것으로, 배송료까지 다 합쳐도 10만원이 안돼서 가난한 자의 필름스캐너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 사진에서 렌즈 앞의 긴 경통과 사각형 부분이 필름 카피어이다.

사용법은 간단해서, DSLR의 렌즈 앞부분에 필터 대신 필름 카피어를 연결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카피어 앞부분에 슬라이드 마운트를 넣고, 마운트에 슬라이드 필름은 꽂은 다음 촛점 맞추고 노출을 측정한 후 '찍으면' 된다.

나의 경우에는 D100에 45mm F2.8P 렌즈를 연결하고, 그 앞에 필름 카피어를 연결해서 사용했다. 슬라이드 필름의 내용을 화면 꽉 차게 넣기 위해서는 D100이나 D70 기준으로 60mm 화각의 렌즈가 적절할 것 같다. 다음은 필름 카피어를 이용해 슬라이드 필름을 찍은 결과물이다.

Opteka Film Copier + D100
Minolta Scan Elite 5400

필름스캐너를 이용한 결과물과 비교해보면 카피어 쪽이 보다 쉽게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스캐너 쪽은 색공간 변환을 포함해서 공을 많이 들여 후보정 작업을 해주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대신 계조 등의 표현범위는 스캐너 쪽이 더 우수했다. 예를 들어 윗 사진에서 창이나 현관 쪽은 조금만 어두워져도 윤곽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인데 반해, 스캐너 결과물은 현관문의 윤곽이라든가, 창 안쪽의 복도 모습까지 육안으로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필름 카피어를 쓸 경우의 장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가격이 필름 스캐너에 비해 무척 저렴하다.
  • 처음에 한 번 필름 카피어를 렌즈에 연결하고 촛점과 노출 설정하는 작업만 해두면 슬라이드 필름 당 작업 시간이 매우 짧다.
  • 슬라이드 필름을 찍은 결과물이 마음에 안들면 노출이나 화밸 설정을 바꾸어 얼마든지 여러 번 찍을 수 있다.
  • 후보정을 위한 작업량이 적다.

물론 단점도 있다.

  • 슬라이드에 마운트한 필름만 스캔할 수 있다. 롤 형태의 필름을 위한 홀더가 없다.
  • 수평 맞추기가 힘들다. 렌즈에 필터 끼우듯이 필름 카피어를 장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필름 카피어 맞은 편에서 들어오는 빛의 종류에 따라 후보정에서 화밸을 맞춰줘야 한다. 그래서 본인의 경우에는 가급적 낮에 햇빛을 받으면서 작업한다.

전문가용으로는 힘들겠지만, 가성비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웹 사진용 스캐너로 쓰기에 적당해 보인다.

— END OF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