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피어
slrclub에 올라온 사용기를 읽고, 난생 처음으로 ebay에서 물건을 하나 구입했다. 바로 Opteka 사의 필름 카피어(film copier)라고 하는 것으로, 배송료까지 다 합쳐도 10만원이 안돼서 가난한 자의 필름스캐너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 사진에서 렌즈 앞의 긴 경통과 사각형 부분이 필름 카피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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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법은 간단해서, DSLR의 렌즈 앞부분에 필터 대신 필름 카피어를 연결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카피어 앞부분에 슬라이드 마운트를 넣고, 마운트에 슬라이드 필름은 꽂은 다음 촛점 맞추고 노출을 측정한 후 '찍으면' 된다.
나의 경우에는 D100에 45mm F2.8P 렌즈를 연결하고, 그 앞에 필름 카피어를 연결해서 사용했다. 슬라이드 필름의 내용을 화면 꽉 차게 넣기 위해서는 D100이나 D70 기준으로 60mm 화각의 렌즈가 적절할 것 같다. 다음은 필름 카피어를 이용해 슬라이드 필름을 찍은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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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스캐너를 이용한 결과물과 비교해보면 카피어 쪽이 보다 쉽게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스캐너 쪽은 색공간 변환을 포함해서 공을 많이 들여 후보정 작업을 해주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대신 계조 등의 표현범위는 스캐너 쪽이 더 우수했다. 예를 들어 윗 사진에서 창이나 현관 쪽은 조금만 어두워져도 윤곽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인데 반해, 스캐너 결과물은 현관문의 윤곽이라든가, 창 안쪽의 복도 모습까지 육안으로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필름 카피어를 쓸 경우의 장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가격이 필름 스캐너에 비해 무척 저렴하다.
- 처음에 한 번 필름 카피어를 렌즈에 연결하고 촛점과 노출 설정하는 작업만 해두면 슬라이드 필름 당 작업 시간이 매우 짧다.
- 슬라이드 필름을 찍은 결과물이 마음에 안들면 노출이나 화밸 설정을 바꾸어 얼마든지 여러 번 찍을 수 있다.
- 후보정을 위한 작업량이 적다.
물론 단점도 있다.
- 슬라이드에 마운트한 필름만 스캔할 수 있다. 롤 형태의 필름을 위한 홀더가 없다.
- 수평 맞추기가 힘들다. 렌즈에 필터 끼우듯이 필름 카피어를 장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필름 카피어 맞은 편에서 들어오는 빛의 종류에 따라 후보정에서 화밸을 맞춰줘야 한다. 그래서 본인의 경우에는 가급적 낮에 햇빛을 받으면서 작업한다.
전문가용으로는 힘들겠지만, 가성비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웹 사진용 스캐너로 쓰기에 적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