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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 방식으로 보는 로켓 엔진의 종류

연소 방식으로 보는 로켓 엔진의 종류
Photo by Andy Hermawan / Unsplash

몇일 전 일본 H3 발사가 있었고,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실패로 끝났다. 보다 구체적인 상황은 1단 분리 후 2단 로켓에 점화가 되지 않아서 점점 속도와 고도가 떨어지면서 결국 임무 실패로 규정, 자폭 명령을 보냈다고 한다.

원래 로켓 설계와 제조는 어려운 일이고 로켓을 구성하는 수많은 부품의 파손이나 오작동 때문에 발사 실패의 확률이 높은 편이라 아주 놀라울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H3 로켓이 LE-9이라는 새로운 엔진을 사용한 첫 발사라는데, 누리호 발사에서처럼 테스트용 위성 대신 실제로 운영하려던 고가의 위성을 실었다가 발사 실패로 그대로 날려먹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새로운 엔진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기로서니 처음부터 비싼 위성을 실어서 보내자! 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강심장이 일견 부럽기도 하다..

H3 발사 장면

발사 실패 소식이 알려지면서 JAX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공동 제조사인 미쯔비시 중공업의 주식이 폭락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이전에는 일본에 H2A와 H2B 로켓이 있었는데, 보다 큰 무게의 화물 (인공위성)을 보다 저렴한 비용에 쏘아올리겠다는 목표로 개발한 것이 H3 로켓이다. 비용 절감이야 다방면으로 이루어졌지만 이 중 엔진과 관련해서는 제조 난이도와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높은 추력을 얻기 위해 기존과 연소 방식이 다른 LE-9이라는 엔진을 새로 개발했다.

로켓 엔진은 연료와 산화제를 연료실에 공급하면 연료실에서 태워서 추진력을 얻는다. 여기서 연료는 태워서 추진력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통 등유를 사용하는데 일반 가정용이 아닌 항공유 등 보다 순도가 높은 것이다. '케로신'이라고 적혀 있으면 바로 이 등유라고 보면 된다. 산화제는 불 떄우기 위해 필요한 산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주 공간에는 산소가 없으니,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산화제를 따로 공급해줘야 한다. 보통 액체산소를 사용한다.

이 연료와 산화제를 적절한 압력으로 계속 연소실에 공급해줘야 연소된 기체를 그 아래의 노즐을 통해 내보내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터빈 펌프를 돌려서 공급을 해야 하는데, 이 터빈을 어떤 연료로 어떤 방식으로 돌리느냐에 따라 효율성과 추진력이 결정되고 로켓 엔진의 연소 방식이 구분된다.

기존의 H2A, B 로켓은 LE-7 엔진을 사용했는데, 다단 연소 사이클 (staged combustion cycle)이라는 연소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방식은 효율도 좋고 대규모 추진력을 얻기 좋다는 장점은 있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엔진 구성품들이 높은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서 개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다단 연소 사이클 방식 (wikipedia)

연료 펌프를 통해 공급된 연료 (1)는 먼저 노즐을 타고 돌면서 노즐의 온도를 식히는 동시에 연료의 온도를 적절하게 올린다 (2). 그후 부연소실 (pre-burner)에 들어가서 일부 연소를 하게 되는데 (3), 높아진 압력으로 터빈을 돌리고 그 후 연소실 (4)로 공급되어 파란색으로 표시된 산화제와 함께 연소되는 구조로 동작한다. 따라서 부연소실과 터빈은 연소실보다 더 높은 압력에 견뎌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앞서 설명한 일본 H2A, B 로켓 외에도 나로호 1단 엔진 (러시아에서 공급)에서도 사용한 방식이다.

따라서 차세대 로켓 H3에서는 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바용도 저렴하면서 추력도 LE-7에 못지 않은 LE-9 엔진을 개발하는데, 팽창식 블리드 연소 사이클 (expander bleed cycle) 방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팽창식 블리드 연소 사이클 (wikipedia)

이 방식에서는 노즐을 돌고 난 연료가 일부는 연소실로, 일부는 터빈을 돌리는데 공급되기 때문에 연료 효율은 약간 떨어지지만 다단계 연소 사이클보다는 구조도 간단하고 터빈도 보다 적은 압력만 견디면 되기 때문에 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bleed' (출혈)이라는 단어는 터빈을 돌리고 난 연료는 그냥 버리기 때문에 (5) 붙은 이름이다.

H3의 경우 이번 발사 실패 전에도 테스트 후 터빈과 노즐에 일부 부품 손상이 발생한 것을 발견하여 일정이 늦춰진 사례도 있었는데, 그래서 더 다급했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면 우리나라 누리호는 자체 개발한 1, 2단 엔진을 사용했는데, 어떤 연소 방식을 사용했을까? 위의 두 방식과는 다른 가스 발생기 사이클 (gas generator cycle) 방식을 사용한다.

가스 발생기 사이클 (wikipedia)

연소용 연료 (1)와 별도로 터빈을 돌리기 위한 부연소실 (pre-burner)에 소량의 연료를 공급하여 (1')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터빈을 돌리기 위한 연소실과 추진력을 얻기 위한 연소실을 따로 돌려서 구조는 제일 간단하지만 추력과 효율성이 위 두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방식은 누리호 외에도, SpaceX 사의 팰콘9 로켓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1단 로켓에 위의 엔진 9개를 붙여서 쓰기 때문에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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