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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 - 어느 조종사가 겪은 태평양 함대항공전

미드웨이 - 어느 조종사가 겪은 태평양 함대항공전
Photo by Rodrigo Rodriguez / Unsplash
  • 프레데릭 미어스 저, 정탄 역, 권성욱 감수, 교유서가, 2019.12
  • Frederick Mears, "Carrier Combat," 1944.
  • 356쪽으로 21mm 두께이며, 판형은 140x210mm로 A5 용지보다 약간 작은 크기입니다. 책 무게는 533g으로 13인치 그램 노트북보다 약 절반 정도 가볍습니다.

저자가 뇌격기 조종사로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전쟁 회고록이다. 아쉽게도 저자는 책 탈고 후 1943년 6월에 전사했다. 원저는 1944년에 출간됐다.

번역본의 제목은 출간 당시 개봉한 영화 '미드웨이'에 맞춘 마케팅 용인 것 같다. 원서의 제목을 번역하면 '항공모함전'이 될 것이다.

번역본 제목과 달리 책 내용 중에 미드웨이 해전의 분량은 많지 않다. 전체 12개 장 중에 4, 5장만 관련이 있다.
진주만 기습부터 미드웨이 해전, 과달카날 전투를 거쳐 1년 만에 미국 본토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전투보다는 훈련과 대기, 기다림으로 채워져 있다. 초반부 멀리 떨어진 진주만에서 들려오는 모호한 소식과 그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도, 미드웨이 해전 중 대기 상태에 있으면서 출격 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전우들이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마음도, 비록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에서였지만 잘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서와 같은 극적인 이야기 전개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번역서에서는 원저자의 글에 더해 번역자가 다양한 사진과 박스 글로 해설을 추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다만 일부 사진은 2차대전 이후 최근의 것도 있어서 이 부분 읽으면서 유의해야 할 것이다.

샌디에이고 노스아일랜드 해군항공기지 내 하급장교 숙소, 널찍한 휴게실 여기저기에 미 해군 비행사인 젊은 장교들이 늘어져 있었다. 화창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 그날은 1941년 12월 7일이었다. 그날 아침 휴게실에는 대학 육상 선수이자 전투기 조종사인 해리 마치가 있었다. 이후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는 일본군 제로 전투기 2대와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다. 몬태나주의 그레이트폴스 출신으로 미드웨이에서 일본 군함을 공격하던 모습을 마지막으로 실종된 급강하 폭격기 조종사 짐 셸턴도 있었다. 항공모함에 있던 몇 주 동안 오매불망 애인인 '깜찍이 내털리' 얘기만 주야장천 해대던 플로리다 소년 빌 피트먼, 적도 부근에서 모함으로 귀함하지 못하고 실종된 시애틀의 제이미 덱스터, 뻐드렁니 흉내를 내고 일본인처럼 말하며 재미있어하던 뛰어난 풋볼 선수 제리 스테이블린, 하와이주 오아후섬의 다이아몬드헤드 화산 근처에서 하프루프 기동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텍사스 출신의 행크 슈나이더, 산호해에서 14일 동안 고무보트에 의지해 살아남은 톰 더킨, 과달카날에서 전사한 빌 와일먼, 급강하 폭격기의 에이스로 우리 중에 가장 쾌활했으며 일본 항공모함 아카기의 비행갑판 한복판에 1000파운드 폭탄을 명중시켰고 이후 USS 와스프에서 최후를 맞은 캔자스주 맨해튼 출신의 딕 재커드, 우리가 이야기하는 모든 주제와 모든 사람들에 큰 관심을 보여주었던 덴버 출신의 베테랑 조종사 제리 리치, 워싱턴주 스포캔 출신으로 언제나 코로나도에서 여자들과 염문을 뿌렸고 지금은 태평양 어딘가에서 싸우고 있을 해리 프레더릭슨.

책의 첫 부분을 인용했다. 여기 말고도 기지, 항공모함, 과달카날 섬을 전전할 때마다 같이 생활하고 싸우는 전우들을 열거하는 곳이 군데군데 나온다. 이제는 전사해서, 다른 전역에 있어서 만날 수 없는 전우들을 잊지 않고 싶은 것이리라.

— END OF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