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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용량의 단위는 무엇

배터리 용량의 단위는 무엇
Photo by Tyler Lastovich / Unsplash

몇일 뒤에 해외 출장을 떠나야 하는데, 회사 일이 항상 그렇듯이 출장 업무는 자꾸 변경되어 급기야는 노트북을 두 대나 들고 가게 됐다.

아득히 먼 옛날에 있었던 마지막 출장의 기억을 되살려 노트북을 여러 대 갖고 나갈 수 있나 알아봤다. 당시에는 주로 세관 문제, 그러니까 과연 이 노트북이 네가 출국할 때 들고 간 노트북이냐 출장지에서 사서 들고 온 것이냐의 관점에서 되네마네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것보다는 과연 기내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지 (가로x세로x폭 합계 115cm 이하의 가방에 넣었을 때 10kg 이하인가), 노트북에 주로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용량이 160Wh를 넘어가는가의 관점에서 따지더라는...

그러니까 우리나라 전자기기의 경쟁력도 올라가고 품질도 좋아졌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항공사에 직접 문의해서 얻은 결론은 단일 배터리는 100Wh를 넘으면 안되고, 전자기기가 여러 개이면 각 배터리의 용량의 합이 160Wh를 초과하면 안된다...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소지할 기기를 조사해본 결과,

  • 맥북프로 14인치: 70Wh
  • 그램 14인치: 72Wh
  • 아이폰 13 프로 맥스: 4,352mAh

잠깐, mAh? 그러고보니 Wh 보다는 mAh 쪽이 쇼핑몰에서 보조배터리 용량을 표시하는데 사용하니까 더 익숙하긴 하다. 보조 배터리 등에서 배터리 용량 표기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위는 mAh로, '흘릴 수 있는 전류의 양' 즉 방전 용량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전자기기의 소비전력량이고, 즉 기기 내부의 '배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일의 양', 즉 전력량으로 표시하는 것이 맞다.

전력은 전기가 단위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의 양으로, 다음과 같이 전압과 전류의 곱으로 나타낸다.

$$W = V \times A$$

전력량은 일정 시간 $t$ 동안 전하가 한 일의 양을 의미하며 보통 hour 단위로 사용한다. 즉 1시간 동안의 일의 양이 되는 것이다.

$$Wh = W \times t = V \times A \times t$$

흔히들 표기되는 mAh는 $A \times t$ 라는 식에 의해 계산되는 값으로, 1시간 동안 지나간 전하의 양을 나타낸다. 따라서 위 식에 따르면 전압을 알지 못하면 미지수가 되버리므로 배터리의 소비 전력량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약 3.7~3.8V 사이의 공통 전압을 갖기 때문에 10,000mAh 배터리의 경우 $10A \times 3.7V = 37Wh$ 라는 식으로 대략의 전력량을 계산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래서 지금껏 mAh로만 표시해도 별 불편함 없이 이 보조배터리의 용량이 크네작네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점점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고, 그러면 점점 공통 전압이 아닌 다른 전압을 사용하는 경우의 수가 늘어날 것이다. 그럴 거면 mAh 보다 Wh로 통일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그리고 용량이 커져도 Wh로 표시하는 숫자의 길이가 짧아서 더 경제적이다

아뭏든 mAh와 Wh의 차이도 알았고, 어떻게 변환하면 되는 지 알았으니 아이폰의 배터리 용량을 계산해보자. 아이폰의 배터리 스펙을 한번 더 확인해보면 4,352mAh @ 3.83V 이다. 위의 식 대로 계산하면 $0.4352 \times 3.83 = 16.67Wh$... 라는 결론이 나오지만 정작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는 16.75Wh이다. 아 왜?!

결론. 아뭏든 합계 $70 + 72 + 16.75 = 158.75Wh$가 되어서, 좀 아슬아슬하지만 기내에 다 들고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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