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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히메지 성 그 두번째

2004년 히메지 성 그 두번째
Photo by Alex Azabache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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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처음 쓰고 2023년에 다시 추가했다. 처음 쓴 글은 인용문으로 구분한다.

천수각

헥헥... 찜통 더위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들어왔다. 안쪽은 의외로 통기가 잘되어 서늘서늘하다. 아, 나가기 싫어라.

기둥만 제외하면 1층 전체가 훤히 뚫린 구조다.
전시되어 있는 무기 수납고(창과 조총이 걸려있다)와 당시에 쓰이던 갑옷이 있고,
꼭대기 층에는 이렇게 히메지 성의 성주를 신으로 모시는 작은 제단이 있다.

하얗고 화려한 외양과 달리 내부는 나무 색 그대로 두었고 튼튼하게 짓느라 꽤 어두컴컴 했다. 군데군데 현대식 전기 조명이 있었으니 이 정도였지 옛날 같았으면 구석에 가만히 있으면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다. 당연하지만 엘리베이터 같은 것 없이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대신 그 계단이 꽤 가파르기 때문에, 미끄러져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관광객들이야 조심해서 천천히 오르내린다지만, 당시 성의 사람들은 천천히 다닐 수만도 없는 노릇이라 꽤 힘들었을 것이다.

꼭대기에 성주를 위한 작은 제단이 있다고 했는데, 옆 산에 있던 신사를 옮긴 것이라고 한다. 신사를 성주 마음대로 이리저리 옮겨도 되는 건지 궁금하긴 하다.

천수각 꼭대기 층에서 바라본 시 전경
의외로 잘 보인다. 사거리만 되면 활로 방어가 가능할 듯.

거꾸로 시내에서도 히메지성이 아주 잘 보인다. 본 포스트의 제일 처음에 찍은 사진은 - 내 기억이 맞다면 - 시내 전경 사진 중 빨간 간판이 있는 건물 옆에서 찍은 것이다.

사실 창은 작고 좁아서 실내는 어둡다.
이런 곳에서 농성하는 것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고증된 히메지 성 주변 조감 모형을 보면, 히메지 성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각 해자까지 있는 2개의 외성을 먼저 넘어야 한다. 그 후 히메지 본성벽을 마저 넘고 나서 아까 천수각을 들어오기 위해 거쳤던 모든 문들을 다 뚫고 들어와야 한다 -- 나 같으면 안햇! 차라리 포위하고 굶겨버리지.

지금 다시 조감 모형을 보니 성 주변의 집들이 꽤 어색하다. 군대 막사처럼 동일한 모습으로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는데, 이건 어떤 의미일까. 그냥 제작자가 히메지 성이 아닌 배경이라서 대충 만든 것일까, 혹은 성주가 거느린 사무라이들을 그 계급에 따라서 자기 주변에서 거주하도록 지은 시설일까. 궁금해진다.

바로 전에 료안지니 영화촌 등등 때문에 많이 실망했었는데 히메지에서 다시 본전 찾은 것 같은 기분이다. 나오면서 근처 가게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고베로 back!

20년 전의 나는 쉽게 만족하는 성격이 아니었나보다 :)

— END OF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