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교토 그 두번째
키요미즈데라 (清水寺)
다음은 교토 관광 하면 빠질 수 없는 곳.
바로 키요미즈데라라는 절이다. 2년 전에 갈 때는 미리 내리는 바람에 한참 걸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반대 방향에서 너무 일찍 내렸다.그래도 사람들 걷는 대로 따라가고, 표지 보고 따라가니 난데없이 웬 공동묘지가 나왔다.
첫 인상은 상당히 공간 집약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덤과 달리 넓이가 한 평도 안된다. 사람이 서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에 묘비가 있고, 그 앞에 꽃을 꽂기 위한 받침대와 향을 피우기 위한 제단이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이웃한 묘와 바로 붙어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는 한줄로 서야만 갈 수 있을 정도의 폭이다. 이러한 형태의 묘들이 엄청 모여 한 산자락을 완전히 덮었다. 뭐랄까, 망자들의 도시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나 할까. 더운 여름날임에도 불구하고, 그곳만은 꽤 서늘했다.
이야기가 이상한 곳으로 샜다. 어쨌든 키요미즈데라에 도착했다.
당시에는 왜 절 옆에 이렇게 커다란 공동묘지가 있나 의아해했는데 원래 절에서 묘 자리를 제공해주고 언제 어떤 사람을 안장했는지 다 기록으로 남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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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편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높은 계단을 올라가 저 문을 지나간다.
행운을 주는 문인가?
찾아봤는데 특별한 사연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저 아래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그냥 길이라고 생각해서 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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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요미즈데라 하면 역시 이 모습이다!
저 커다란 난간에 서서 아래를 쳐다보면 아찔한데, 아쉽게도 지금은 보수 공사 때문에 비계를 대놔서 보이지 않는다.남의 나라 풍습임에도 불구하고, 저 굵다란 줄과 커다란 징이 어떤 것인지 다 알고 있다.
만화나 영상 매체를 통한 문화의 전달은 의외로 막강하다.
갈 때에는 본전 아래의 기초만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본전 자체를 보수공사하고 있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사실 부끄럽게도 20년 전 글에는 '어떤 것인지 다 알고 있다'라고 썼는데 지금은 아는 만큼 모르겠다는 마음 뿐이다. 우리나라의 절이라면 신발 벗고 대웅전에 들어가 불상 앞에 절 하고 나올 텐데, 여기는 새전함이 있고 줄을 흔들면 징을 치게 되어 있다. 절인지 신사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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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요미즈데라 하면 여길 또 빼놓을 순 없지.
저 세줄기의 약수에는 각기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안쪽에서 긴 장대에 매달린 컵으로 물을 떠마시게 되있는데, 예전과 달리 입구에 컵을 파는 곳이 생겼다. 컵을 산 사람은 장대 끝에 설치된 받침대에 자기 컵을 대고 물을 떠 마시면 되고, 안 산 사람은 그냥 컵과 장대가 붙어있는 걸 집어서 떠마시면 된다. 따로 컵을 준비하는게 위생 상 좋기야 하겠다만.
키요미즈데라 옆의 오토와 폭포에서 물이 세 갈래로 갈라져 떨어지는 곳이 있는데, 각각 건강, 연애, 학문을 뜻한다고 한다. 그 중 하나를 골라 장대에 붙은 컵에 받아 마시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2년 전에 왔을 때에는 자외선 살균기에 컵을 살균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갔을 때에는 사진에 보이는 흰 천막에서 컵을 따로 파는 걸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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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앞에서 파는 빙수.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확연히 틀리다.
일본의 빙수는 원래 얼음 갈은 것에 색소를 넣은게 다인데, 꽤 달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런데 이 곳의 빙수는 싸구려 색소 대신 제대로 된 과일즙을 사용했는지 아주아주 맛있었다는.
위에는 녹차빙수, 아래는 딸기빙수.
우리나라 팥빙수에 익숙한 눈으로 보기에 일본식 빙수는 무척 심심해 보인다. 거꾸로 일본인의 기준으로는 우리나라 팥빙수는 파르페에 가깝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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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들의 이불이 부드럽게 햇살은 막아준다.
마침 빙수를 먹은 곳이 저렇게 단풍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줘서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무척 시원한 자리였다. 단풍잎도 아무렇게가 겹친게 아니라 마치 이불 위에 뿌려둔 것 마냥 곱게 퍼져 있었다. 여기서 기운을 차리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