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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교토 그 세번째

2004년 교토 그 세번째
Photo by KaLisa Veer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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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처음 쓰고 2023년에 다시 추가했다. 처음 쓴 글은 인용문으로 구분한다.

금각사 (金閣寺, 킨카쿠지)

킨카쿠지(金閣寺)와 긴카쿠지(銀閣寺)는 우리나라의 그 이상한 외래어 표기법 때문에 모두 '긴카쿠지'라고 표기한다. 그래서 많이들 혼동하는데, 어떤 관광책자에는 두 곳 모두 '긴카쿠지'라고 적혀있기도 한다. (원래 교토도 '쿄토(京都, 또는 쿄오토)'가 맞으나, 흔히 알고 있는 명칭으로 썼다)

여튼, 이번에 찾아간 곳은 '킨'카쿠지, 즉 금각사였다.

금각사나 은각사 모두 웬만한 관광 가이드북에 소개되는 곳이라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기준으로는 꽤 유명한 곳이다. 위에 설명한 외래어 표기 문제는 표기법 자체로도 있지만 실제로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ㄱ, ㅋ' 발음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일본어를 오랫동안 배운 사람이 아니면 저 두 발음은 듣거나 발음하는데 구분하기 어렵다. 현지 택시에 타서 '금각사 가주세요'라고 할 때 '銀閣寺' 한자를 보여주거나 금각사 사진을 함께 보여주면서 얘기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금각사 입장권

킨카쿠지 입장권은 꽤 특이하게 생겼다.
전에 왔을 때는 나올 때 입장권을 다 수거해가는 바람에 미처 찍어두지 못해 참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미리 잽싸게 찍어놨더니만 안 걷어간다. (왜! 왜!)

위 글을 적을 때 기준으로도 2년 전에 갔었는데, 그 때에도 사진과 마찬가지 입장권이었다. 나오면서 수거하는 모습을 봤을 때 얼른 찍었어야 했는데 관광객들 틈에 섞여서 밀려나오다 보니 그럴 틈이 없었다.

이번 방문은 솔직히 저걸 찍고 싶어서인 이유도 없지 않아 있다...

킨카쿠지. 아침이나 저녁 무렵에 찍으면 햇살에 금빛이 참으로 곱게 나올텐데.

금각사 하면 번쩍번쩍한 금빛 모습으로 유명하지만, 절 자체의 모습은 웬지 밋밋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는데 아니나다를까 1950년에 한번 방화로 인해 전소하고 나서 복원한 모습이라고 한다. 무로마치 막부 시절인 1300년대에 지어서 지금까지 두 번 화재로 무너진 적이 있었는데, 나머지 한 번은 1400년대 중후반 쇼군의 자리를 놓고 난이 일어났을 때라고 한다 (오닌의 난). 그 후 일본은 약 100년의 혼란기에 들어서게 된다.

1950년 방화 이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데, 지금보다 덜 번쩍거리지만 더 자연스러웠다. 지금 모습으로 복원하면서 의도적으로 금을 더 썼다고 한다. 처음 지었을 때는 더 번쩍거렸을 것이다, 라는 추정을 기반으로 했다고 하지만 일견 경박해보이기도 하고 특히 2층의 경우 창문도 없이 금박 입힌 벽으로 대충 둘러싼 듯해서 '다른 거 보지 말고 금만 봐줘, 멋있지?' 라고 하는 것 같다.

료안지는 킨카쿠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버스로 두세 정거장만 이동하면 되는데...

생각보다 너무 좁다!

돌들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서, 그래도 꽤 넓은 가레산스이 정원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테니스 코트보다도 작다. 게다가 둘레를 담이 삥 둘러싸 있어서 시원한 기분도 들지 않는다. 실망실망. 누가 료안지를 간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권할 작정이다.

그래도 마루에 앉아 무아지경에 빠지기에는 좋다. 안그래도 더운데.

정말로 신비롭다고 느껴진 곳은 바로 옆에 있는 이끼 낀 정원. 마치 융단 같은 느낌이다.
사진으로는 잘 느낌이 안오지만 말이다.

료안지는 바위와 자갈, 이끼로 만드는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료안지는 1400년대에 세운 선종 절인데 선종의 영향으로 지금의 가레산스이 정원을 갖추게 된다. 여기 역시 금각사처럼 오닌의 난에 불타버리고 그 후 다시 재건한 것이라 한다.

들어가보면 관광 가이드의 사진으로 상상한 모습보다 작다는 느낌이 올 것이다. 료안지 안에서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첫번째 사진처럼 마루에 앉아서 자갈 정원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것이 전부이다 (앉을 자리가 없으면 서서 멍 때려야 한다).

정원에서 눈을 반대로 돌려 마루 반대쪽을 보면, 햇빛이 안들어서 이끼가 곱게 깔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차라리 이쪽이 더 보기 편했다. 무더운 자갈 정원보다는 이끼 정원이 더 시원해 보이고 더운 6월의 날씨에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케이후쿠 전기철도 사철

료안지를 나와 우즈마사 영화촌으로 향하는데... 문제는 버스로 그곳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전철(사철)을 타기로 하고 걸어서 역까지 걸어갔는데...

이 곳이 전철 역사.표사는 곳이나 개찰구도 없다. 그냥 플랫폼 두개로 끝. 그나마 길이도 짧다. 그리고 철로가... 단선이다(!) 역에서는 선로가 두 개로 갈라지지만, 역에서 전철이 출발하면 맞은편 역에 있는 다른 전철은 서 있을 수 밖에 없다. 조금 있다 전철이 들어왔다.

잘 안보이지만, 한 량 짜리 전철이다.오랫동안 한 나라의 수도였고, 지금도 유명한 관광도시 중 하나인 곳에 있는 전철 설비 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교토는 같은 도시 안에 JR 교토역 처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과 시골역을 연상케 하는 곳이 공존하는 도시다.

B7의 료안지역에서 A7의 우즈마사코류지역까지 가야 했다

케이후쿠 전기철도에서 운영하는 아라시야마 본선 (붉은색) 및 키타노선 (파란색) 사철인데, 전철이라 하기도 뭣하고 노면전차 정도의 규모라 보면 된다. 1910년부터 운행을 개시한 노선이고, 우리나라의 경주 처럼 오래된 교토 안에서도 밀집한 집과 건물들 사이를 뚫고 철도를 건설해야 했으니 나중에 단선을 복선으로 확장하는 등의 이야기는 꿈에 가까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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