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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교토 그 두번째

2004년 교토 그 두번째
Photo by ian dooley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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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처음 쓰고 2023년에 다시 추가했다. 처음 쓴 글은 인용문으로 구분한다.

키요미즈데라 (清水寺)

다음은 교토 관광 하면 빠질 수 없는 곳.

바로 키요미즈데라라는 절이다. 2년 전에 갈 때는 미리 내리는 바람에 한참 걸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반대 방향에서 너무 일찍 내렸다.그래도 사람들 걷는 대로 따라가고, 표지 보고 따라가니 난데없이 웬 공동묘지가 나왔다.

첫 인상은 상당히 공간 집약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덤과 달리 넓이가 한 평도 안된다. 사람이 서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에 묘비가 있고, 그 앞에 꽃을 꽂기 위한 받침대와 향을 피우기 위한 제단이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이웃한 묘와 바로 붙어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는 한줄로 서야만 갈 수 있을 정도의 폭이다. 이러한 형태의 묘들이 엄청 모여 한 산자락을 완전히 덮었다. 뭐랄까, 망자들의 도시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나 할까. 더운 여름날임에도 불구하고, 그곳만은 꽤 서늘했다.

이야기가 이상한 곳으로 샜다. 어쨌든 키요미즈데라에 도착했다.

당시에는 왜 절 옆에 이렇게 커다란 공동묘지가 있나 의아해했는데 원래 절에서 묘 자리를 제공해주고 언제 어떤 사람을 안장했는지 다 기록으로 남긴다고 한다.

데바 문

옆으로 편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높은 계단을 올라가 저 문을 지나간다.
행운을 주는 문인가?

찾아봤는데 특별한 사연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저 아래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그냥 길이라고 생각해서 가는 듯.

키요미즈데라 하면 역시 이 모습이다!
저 커다란 난간에 서서 아래를 쳐다보면 아찔한데, 아쉽게도 지금은 보수 공사 때문에 비계를 대놔서 보이지 않는다.

남의 나라 풍습임에도 불구하고, 저 굵다란 줄과 커다란 징이 어떤 것인지 다 알고 있다.
만화나 영상 매체를 통한 문화의 전달은 의외로 막강하다.

갈 때에는 본전 아래의 기초만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본전 자체를 보수공사하고 있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사실 부끄럽게도 20년 전 글에는 '어떤 것인지 다 알고 있다'라고 썼는데 지금은 아는 만큼 모르겠다는 마음 뿐이다. 우리나라의 절이라면 신발 벗고 대웅전에 들어가 불상 앞에 절 하고 나올 텐데, 여기는 새전함이 있고 줄을 흔들면 징을 치게 되어 있다. 절인지 신사인지 모르겠다.

키요미즈데라 하면 여길 또 빼놓을 순 없지.

저 세줄기의 약수에는 각기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안쪽에서 긴 장대에 매달린 컵으로 물을 떠마시게 되있는데, 예전과 달리 입구에 컵을 파는 곳이 생겼다. 컵을 산 사람은 장대 끝에 설치된 받침대에 자기 컵을 대고 물을 떠 마시면 되고, 안 산 사람은 그냥 컵과 장대가 붙어있는 걸 집어서 떠마시면 된다. 따로 컵을 준비하는게 위생 상 좋기야 하겠다만.

키요미즈데라 옆의 오토와 폭포에서 물이 세 갈래로 갈라져 떨어지는 곳이 있는데, 각각 건강, 연애, 학문을 뜻한다고 한다. 그 중 하나를 골라 장대에 붙은 컵에 받아 마시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2년 전에 왔을 때에는 자외선 살균기에 컵을 살균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시 갔을 때에는 사진에 보이는 흰 천막에서 컵을 따로 파는 걸로 바뀌었다.

약수터(?) 앞에서 파는 빙수.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확연히 틀리다.
일본의 빙수는 원래 얼음 갈은 것에 색소를 넣은게 다인데, 꽤 달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런데 이 곳의 빙수는 싸구려 색소 대신 제대로 된 과일즙을 사용했는지 아주아주 맛있었다는.
위에는 녹차빙수, 아래는 딸기빙수.

우리나라 팥빙수에 익숙한 눈으로 보기에 일본식 빙수는 무척 심심해 보인다. 거꾸로 일본인의 기준으로는 우리나라 팥빙수는 파르페에 가깝다고 한다.

단풍잎들의 이불이 부드럽게 햇살은 막아준다.

마침 빙수를 먹은 곳이 저렇게 단풍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줘서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무척 시원한 자리였다. 단풍잎도 아무렇게가 겹친게 아니라 마치 이불 위에 뿌려둔 것 마냥 곱게 퍼져 있었다. 여기서 기운을 차리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했다.

— END OF POST.